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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신수를 돌보고 수호하던 서월과 도래의 평탄한 나날에 파문을 던진 이가 있었으니, 염라의 명을 받아 돌연 사라져버린 인간의 영혼을 찾아 나선 저승의 차사 비형이렸다.
비형은 오랜 방황 끝에 신수와 도래의 결계를 발견하고, 신수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인간의 혼이 사라진 서월임을 알아보았더랬다.
비형은 당장 서월을 저승길로 인도하려 했으나, 신수에 이미 얽매인 서월은 비형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움이 있었다. 곤란해 마지않던 비형이 신수에게 말하길
"힘이 채 닿지 아니하여 길 잃은 영혼을 데려갈 수가 없으니,
이는 저승차사 되는 몸으로는 참으로 곤란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소임 뒤에는 염라께서 계시니,
오도 가도 못하는 저는 어찌해야 되겠습니까?"
하니 신수가 답하길,
"서월 그 아이는 이제 나의 아이나 다름이 없으니,
저승의 차사는 대신 이걸 받아 염라께 전해주게."
그의 손에 신주 한 병을 내주어 염라께 보내니 그 맛이 어찌나 좋은지.
꼬장한 염라도 맛에 혹하여 서월의 존재를 눈감아 주기로 하였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신수와 도래는 다른 저승의 차사들을 비롯한 영물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땅을 통째로 들어 이승과 저승의 경계로 옮기니,
과한 힘을 쓴 신수는 다시 한 번 잠에 들었다 하더라.
그 후로도 신주가 날 즈음이면 비형을 보내어 신주를 받아가니,
세상천지의 모든 이매망량들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지사.
신주를 찾아 헤메는 요괴들이 한둘이 아니더라.

저승사자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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