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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의 장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여의주를 잃어버린 무지몽매한 이무기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도래라 하였다.
인간을 좋아하던 이무기는 어느 딱한 사정을 가진 인간을 어여삐 여겨 하루동안 여의주를 빌려주었지만 그 인간은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그 후 잃어버린 여의주를 다시 찾기 위해 떠도는 사는 삶을 살았다.
그렇게 구백아흔하고도 아홉의 산을 넘었을 무렵, 명경지수와도 같은 맑은 기운을 품은 아주 작은 싹이 이무기의 걸음을 붙들었으니,
이 작은 싹은 훗날 거대한 신수(神樹)의 싹이렷다.
그 싹이 이무기에게 이르되,
"현세를 떠도는 무지몽매한 이무기야. 내 너의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정녕 용이 되고 싶거든 너의 염원대로 여의주를 만들어 줄 터이니
너는 그 시간 동안 나를 수호하거라."
이무기가 답하기를
"맹랑한지고. 아직 여리디 여린 싹이 무엇을 하겠는가?"
싹을 밟아 없앨 수 있음에도 그 싹의 황망한 소리에 흥미가 동했으니.
결국, 여의주를 대가로 먼 훗날 거대해질 신수의 수호자가 되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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